← 잡설

인공지능을 삶에 받아들이는 과정

나는 원래 제미나이를 사용했다. 그는 적당히 유능하고 똑똑했고, 나는 그를 조금 더 선진화된 검색 엔진 정도로 여겼다. 그러나 가면 갈수록 인공지능이 발전했다. 그때까지도 내게 제미나이는 검색 엔진 수준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지피티와 클로드로 새로운 세계를 맞이하는 동안 나는 그런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그래서 제미나이 구독을 그만두었다.

그러고 지피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월 3만원으로 시작했다. 에이전트의 대단함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내가 하나하나 물어보고 작동하지 않으면 다시 물어보는 피곤한 시간을 가질 필요 없이, 인공지능이 직접 씨름을 하고 돌아와 내게 보고하는 형식이었다. 그래서 지금은 월 30만원을 사용하고 있다.

요즘은 내 삶의 대부분을 인공지능에 맡기고 싶은 충동이 든다. 일정을 챙기고 확인하는 것이 내게는 버겁고 힘들다. 내가 사랑하고 좋아하는 일은 일정을 챙기고 확인하는 것마저 사모하겠지. 하지만 세상의 모든 일이 그렇지는 않다. 삶을 유지하기 위해 해야 하는 잡다한 것들이 내 정신을 계속 갉아먹는 것 같다.

그래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고 있다. 지금은 학교 일정 관리를 인공지능에게 떠넘겼다. 구체적으로는 1시간마다 직접 사이트에 로그인하게 하고, 특이사항이 있으면 디스코드 웹훅으로 내게 알리도록 설정하였다. 출석, 과제, 시험은 내가 직접 해야 하는 부분이 있지만, 적어도 꼭 내가 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을 인공지능이 도와주는 점은 너무나도 만족스럽다. 탐스러운 과실 부분만 취하는 기분이다.

이것이 부정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인공지능이 없으면 못 사는 사람의 형태 아닌가? 그러나 나는 그것이 큰 문제라 생각하지 않는다. 이미 사람은 기술의 산물 위에서 살고 있다. 질소 고정법이 없었다면 나도 없었을지 모르고, 현대 의학이 없었다면 나는 진작에 맹장염으로 죽었다. 어차피 현대 기술 없이는 못 사는 사람이라면, 그 기술을 최대한 활용하는 게 좋지 않을까? 사실 아직도 확신을 내리진 못했다.

← 잡설